'비밀병기' 신재환, 금메달로 세상을 놀래키다

입력 2021-08-02 20:51   수정 2021-08-02 20:59


도마는 출발에서 착지까지 겨우 4초만에 완성되는 예술이다. 고도의 집중력과 순간적으로 터져나오는 힘이 관건이다. 작은 실수 하나, 착지에서의 흔들림에 따라 순위가 바뀐다.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벌어진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도마 남자 결선에서 신재환(23)은 출전 선수 8명 중 여섯번째로 도약했다. 4초의 짧은 시간 동안 손을 짚고 날아올라 공중에서 세바퀴반 비튼 뒤 착지했다. 최고 난도인 난도 6.0의 '요네쿠라' 기술이다. 결선에 오른 선수 중 가장 난도 높은 기술을 선보였다. 착지가 약간 흔들렸지만 난도를 모두 인정받고 수행점수 8.833점을 받았다. 감점은 0.1점이었다.

2차 시기에서는 난도 5.6의 '여2'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도약부터 공중에서 두바퀴 반 회전, 착지까지 흠잡을 곳이 없었다. 난도 5.600점, 수행점수 9.233점. 1, 2차 시기 평균 14.783으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뒤이어 출발선에 데니스 아블랴진(ROC)도 깔끔한 연기를 선보였다. 결과는 신재환과 동점. 하지만 신재환의 기술 난도 점수가 훨씬 높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양학선(29)이 도마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지 9년만에 두번째 금메달을 따낸 순간이었다.

신재환은 한국 기계체조가 숨겨둔 '비밀병기'였다. 165cm에 58kg의 체격으로, 체조선수 중에서 근력이 약한 편이다. 하지만 근성과 끈기, 강인한 체력으로 유연성과 근력의 단점을 극복했다. 이같은 특징은 짧은 시간 폭발적인 힘을 써야하는 도마와 잘 맞아떨어졌다.

도쿄올림픽 출전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신재환은 도쿄올림픽 단체전 출전 국가(12개국)의 선수를 뺀 2018∼2020년 국제체조연맹(FIG) 도마 세계랭킹에서 1위를 달려 개인 자격으로 도쿄행 출전을 사실상 확정했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을 5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FIG가 갑자기 방침을 바꿨다. 카타르 도하에서 FIG 월드컵을 열어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랭킹 포인트를 주기로 한 것. "1위로 올림픽 티켓을 따오겠다"고 했지만 5위에 그쳐 출전 티켓을 놓칠 뻔했다. 다행히 요네쿠라 히데노부(일본)와 랭킹 포인트를 따진 끝에 세계 랭킹1위를 유지하게 돼 올림픽 진출권을 따냈다.

올림픽 무대에서는 이를 설욕하듯 무섭게 날아올랐다. 그는 이번 대회 도마 예선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예선 1차 시기에서 15.100점, 2차에서 14.633점으로 평균 14.866점, 1위로 결선에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압도적인 연기로 금메달을 따내며 '신재환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한국 남자 도마는 1988년 서울올림픽 박종훈의 동메달로 시작돼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유옥렬의 동메달, 1998년 애틀란타 올림픽 여홍철의 은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 양학선의 금메달까지 올림픽 메달 계보를 이어왔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한명도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신재환이 금메달을 따내며 다시 한번 도마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한국 기계체조는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는 경사도 이뤘다. 전날 여서정이 도마 부문 동메달을 따내며 여자 기계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낸데 이어 신재환이 금메달을 추가하며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따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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